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Life/에세이

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

by HG trip 2019. 9. 6.

14#
묻고 싶은 게 많아서

나를 지나간
내가 지나간 세상 모든 것들에게
'잘 지내냐'고 묻고 싶어서
당신을 만난 거겠다

15#
세상의 두 바보

"유연해지고 싶었어요. 다시는 이 사람을 안 봐야겠다 싶은 마음이 들었다면 강한 걸로는 안 돼요. 이 사람이 아니어도 되겠다 싶은 유연함 때문이겠죠."



17-1#

내가 앓고 있는것이 당신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.
공기라는 생각이 듭니다.
전부라는 생각이 듭니다.

27#
황홀한 말

문득, 아니 오래전부터 난 참 사랑을 못하는 사람이란 생각을 하곤 한다.
아무리 목숨을 걸어도 목숨이 걸어지지 않는, 일종의 그런 운명 같다. 이래서 사람이 안 되는 것 같고 아무도 나를 사랑할 것 같지 않으며 사랑이 와도 바람만큼만 느끼는 것. 그래서 내 사랑은 혼자하는 사랑이다.



35#
어쩌면 이토록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지

정말로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였는지를, 어쩌면 그토록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지를 생각할 때마다 나는 버둥거립니다.
당신이 잘 지내고 있다면 나 지금부터라도 잘 지낼까 합니다. 그런데 나, 어떻게 잘 지낼 수 있을까요. 이렇게 못나고 마음도 엉망인데.


52#
한 사람 때문에 힘이 다 빠져나갔을 때

세상 끝 어딘가에 사랑이 있어 전속력으로 갔다가 사랑을 거두고 다시 세상의 끝으로 돌아오느라 더 이상 힘이 남아있지 않은 상태: 우리는 그것을 이별이라 말하지만, 그렇게 하나의 모든 힘을 다 소진했을 때 그것을 또한 사랑이라 부른다.

54#

여러 번 말했지만 나는 바보 같은 사람.
여러 번 당신에게 말했지만 나는 멀리 있는 사람.
그러나 당신에게 말하지 않은 한 가지.
당신에게 있어 나는 어쩔 수 없이 불가능한 사람.


57#
이별이었구나

아, 이별이었구나.
나는 돌아와 정신없이 일에 매달리느라 한 번도 뒷일을 생각을 해본 적 없었는데 이별이 아팠구나. 미안하다. 나, 이토록 텁텁하게 살아서. 정말 미안하다. 음식을 만들면서도 음식에다 감정을 담는 것인데 하물며 나라는 사람, 이렇게 모른 척 뻣뻣하게 살아가고 있어서.